마티즈 (Matiz)

인간 세상의 수많은 갈등과 경쟁 속에서 우리는 종종 '승리'를 목표로 삼고 '패배'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법구경은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의 근원적인 허점을 날카롭게 꿰뚫어 본다.
승리는 단지 일시적인 우월감을 줄 뿐, 패배한 자에게는 깊은 원한과 복수의 씨앗을 심는다.
이 원한은 언젠가 다시 갈등의 불씨가 되어 돌아올 것이며, 결국 승자에게도 진정한 평화를 허락하지 않는다.
반대로 패배는 자존감을 훼손하고 자신을 비하하게 만들며, 이는 심리적 고통과 자기 파괴적인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승패의 게임은 어떤 쪽으로 기울든 인간을 고통의 굴레에 묶어두는 족쇄가 된다.


그렇다면 이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인가? 명언은 '이기고 지는 마음 모두 떠나'라고 명확히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싸움을 멈추라는 수동적인 권고가 아니다.
그것은 승패라는 이원론적 사고방식, 즉 '나'와 '남'을 분리하고 '나'의 우위를 입증하려는 에고의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심오한 가르침이다.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에서 이기고 지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옳고 그름, 좋고 싫음, 유능하고 무능함 등 수많은 대립적 사고가 우리를 번뇌하게 만든다.
이러한 대립을 초월하는 것은 곧 외부의 조건이나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평온을 찾는 여정이다.


궁극적으로 '다투지 않으면 저절로 편해진다'는 진리는 경쟁과 갈등이 없는 상태에서 오는 단순한 안락함을 넘어선다.
이는 존재의 본질적인 평온함, 즉 번뇌가 사라진 해탈의 경지를 의미한다.
이기고 지는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삶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모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치를 외부의 성과에 두지 않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내면의 평화를 확립하고, 더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진정한 조화와 상생을 가능하게 한다.
무쟁(無諍)의 삶은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더 큰 자유와 통찰력으로 향하는 능동적인 선택인 것이다.

현대 사회는 무한 경쟁을 미덕으로 삼는 경향이 강하며, 승패의 논리가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명언은 과도한 경쟁으로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타인과의 비교나 사회적 성공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내면적 가치와 만족을 찾는 데 집중함으로써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직장이나 학교와 같은 공동체에서는 협력과 상생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논쟁이나 갈등 상황에서 '내가 옳다'는 고집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보다 건강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물질적 성공이나 외부의 인정을 넘어선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확립하는 데 이 가르침을 적용할 수 있다.